난개발 논란이 있는 제주지역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번에는 중문관광단지 2단계 지역 내 호텔 개발사업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부영주택이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 추진 중인 1380실 규모의 호텔(최대 8층 4동) 건축 계획은 제주도가 요구한 환경보전 계획을 보완하더라도 최종 승인을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30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제주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인 중문관광단지 내 주상절리대 일대를 무분별한 개발 행위로부터 보호하겠다”며 “문화재청과 협의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건축행위 허용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해안가를 따라 긴 육각형 모양의 암석이 촘촘히 붙은 형태다. 경관적으로 희소한 것은 물론 화산 용암이 굳어진 현무암 해안 지형의 발달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질 자원이다. 문화재청은 2005년 주상절리대를 천연기념물로, 2006년 주변 지역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했고, 2010년 유네스코는 제주지역 세계지질공원의 하나로 선정했다.
주상절리대 일대 중문관광단지 2단계 개발사업은 1996년 사업시행이 승인됐다. 이후 부영그룹의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지난 2010년 호텔부지 소유권을 취득하고 주상절리대 인근 29만3897㎡에 객실 1380실 규모의 호텔 4동을 짓겠다며 2016년 제주도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호텔 신축 예정지는 주상절리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부터 100~150m 떨어져 있으나 주차장과 정원, 건축물 등 일부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속해있다.
호텔이 건축될 경우 주상절리대 훼손은 물론 건축물이 병풍처럼 경관을 가로 막아 경관을 사유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제주도는 이 같은 도민 사회의 우려를 반영해 중문관광단지 사업시행자인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부영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이 제주도가 요구한 건축물 높이 조정 등의 환경보전 방안 변경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자 2017년 12월 건축 허가 신청을 최종 반려했다.
이에 부영 측은 제주도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0월 대법원은 제주도의 손을 들었다.
원 지사는 “사법부가 제주도의 판단을 존중한 것은 사업계획에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누락되고 허가 신청을 반려할 만큼 정당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본 때문”이라며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주상절리대를 포함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건축행위 허용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관광공사와는 2단계 중문관광단지 유원지 조성계획 재수립을 협의해 사업부지 내 주상절리대 보존을 위한 건축계획 재검토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