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격 있었다” 40년만에 확인…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유죄

입력 2020-11-30 15:02 수정 2020-11-30 17:08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행한 역사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회고록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검찰은 앞서 전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5·18 민주화 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 전씨가 회고록에서 주장한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내용을 ‘허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 등 다수의 군 문서와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목격한 바와 같이 5·18 당시 위협 사격 이상의 헬기 사격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5·18 당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씨는 이날 재판에서 시종일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