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씨가 30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지난해 3월 11일과 올해 4월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이후 세 번째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42분 부인 이순자(81)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27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은색 양복과 하늘색 넥타이,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량에서 내렸다.
이 과정에서 잠시 머뭇거리며 주위의 안내를 받았고 벗었던 검은색 중절모를 찾아 쓴 뒤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특별한 도움 없이 혼자 걷다가 이내 경호원 한 명의 부축을 받았다. 그리고는 느린 걸음으로 법정에 입장했다. 부인 이씨도 전씨의 뒤를 보좌하며 조용히 걸었다.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 “사죄할 마음은 없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고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대기하다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1심 선고는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상태다. 이번 재판은 사실상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마지막 사법 처벌이라는 점에서 개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