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치기 운전에 사지마비된 동생… 가해자는 합의 요구만”

입력 2020-11-30 13:16 수정 2020-11-30 13:23
지난해 12월 16일 경남 진주 한 버스에서 고등학교 3학년 C양이 넘어지면서 목뼈가 골절돼 전신마비 진단을 받았다. 한문철TV 영상 캡처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칼치기 운전’으로 전신 마비를 진단받은 피해자 가족이 사건 가해자를 엄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해자 언니인 A씨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해자가 유발한 책임으로 인해 (동생이) 너무 큰 중상해를 입었다”며 “끼어들기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했으면 좋겠다. 또 버스 기사는 승객의 착석 여부를 확인하고 출발해야만 하는 규정도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9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최근 진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이종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58)에게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과 B씨는 각각 1심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며 쌍방 항소한 상태다.

B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진주시 한 도로에서 렉스턴 SUV 차량을 운전하던 중 시내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 이로 인해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좌석에 앉으려던 고등학생 C양이 앞좌석으로 튕겨나와 동전함에 부딪혔고, 목이 골절돼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피해자의 상태가 중상해이고 당연히 그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데 (과실죄만 적용돼) 그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A씨는 가해 운전자의 반성 없는 태도에도 분노했다. 그는 “가해 운전자는 1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병문안 오지 않았고 그냥 오로지 전화로만 형사합의만 요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버스 운전사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 A씨는 “가족 입장에서는 승객이 다 타고 버스가 출발했다면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사고 직후 동생이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황에서도 버스 기사는 승객들한테 ‘저 앞차가 끼어든 거 봤죠’라며 동생을 보살피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19 신고도 같이 타고 있던 승객이 한 것”이라며 “급출발하고 급정차한 그 버스 기사의 법적 책임을 꼭 묻고 싶다”고 밝혔다.


동생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목에 큰 신경을 다쳐 목 아래로는 일절 움직이지 못한다”며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년이 다 되도록 어머니가 동생을 24시간 간병한다”며 “동생은 엄마한테 자꾸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오히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동생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지 않아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진주 여고생 교통사고 사지마비 사건으로 청원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