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운영 상태 전반을 맹비난했다. 8차 노동당 대회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삼중고(대북 제재·코로나19·자연재해)에 따른 경제난이 회복할 조짐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 데 조바심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미국 대선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며 ‘신중 모드’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1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주 만(보도일 기준)이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 등이 회의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 지도기관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주객관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과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무한한 헌신과 책임을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진행하고 있는 ‘80일 전투’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초조함과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8차 당 대회를 내년 1월에 소집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악조건 아래 제한된 내부 자원을 최대한 절약하고 효과적으로 배분해 최대한의 성과를 촉구하는 의미로 보인다”며 “내년 주민들에게 선보일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중고로 인한 주민들의 불안·불만을 수습하고 결속력을 다질 계기로 활용할 8차 당 대회 때 선전할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중고에 따른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의 설탕과 조미료 등의 가격이 4배 가까이 폭등한 반면 산업가동률은 하락했다고 보고했었다. 장기화한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북·중 국경을 폐쇄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또 김 위원장이 환율 급락의 책임을 물어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비공개 처형하는 등 ‘비합리적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미 대선 관련 언급은 일절 삼간 채 새로 들어설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재외공관들에 ‘미국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삼가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고했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