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치료 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광범위 바이러스 치료 물질이어서 향후 전임상(동물실험)과 인체 대상 임상시험의 결과가 주목된다.
성균관대 생명공학대학 이석찬 교수 연구팀은 한림대 김원근 교수, 노블젠과 함께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바이러스 치료 물질(3D8 scFv)을 30일 공개했다.
3D8 scFv는 일반 항체 크기의 6분의 1 수준인 ‘미니 항체(mini-antibody)’로 ① 바이러스 핵산 가수분해 능력, ②세포막 투과 능력, ③ 장 및 폐 상피세포 투과 능력이라는 3가지 주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의 핵산을 가수분해해 바이러스 종류와 핵산 염기서열과 상관없이 작용할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물론 변종 바이러스 및 치료제 내성 바이러스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나아가 세포막 투과 능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별도 보조 물질(Drug delivery system, DDS) 없이 세포 내로 침투가 가능하다. 대신 세포 핵으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다른 두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hCoV-OC43, PEDV)에 대해 광범위한 치료‧예방 효능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0µM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복제를 약 90% 이상 억제했고 바이러스 생성도 10배 이상 저하시켰다. 또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CoV-OC43)와 돼지 유행성설사병바이러스(PEDV)에서도 코로나19와 같이 3D8 scFv 처리 시 광범위한 치료효과를 보였다. 관련 연구결과는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org)에 발표됐다.
나아가 연구진은 세포주 및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두 종류의 인플루엔자A에 대해서도 실험했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내성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에 대해 3D8 scFv가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조만간 국제학술지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석찬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미니항체는 장 및 폐의 상피세포로 잘 들어가는 특성이 있어 다양한 투여 경로의 의약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블젠 김태현 대표는 "3D8 scFv는 신종바이러스의 출현, 변종바이러스, 치료제 내성 바이러스에 빠르게 대응이 가능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블젠은 코로나19및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전임상·임상시험에 필요한 항체의 대량 생산을 위해 공정개발 및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다. 연내에 전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