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막차타자” 20·30뿐 아니라 외지인도 몰렸다

입력 2020-11-30 11:24
잇따른 대책에도 서울 부동산 불패 인식 안 바뀌어
일자리·대학·교통 호재 몰린 구조 영향도
전문가 “명백한 정책실패”


올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외지인의 주택 구매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20·30대는 물론 외지인까지 ‘서울 부동산 불패(不敗)’ 인식이 확산하다 보니 “집값이 더 오르고 정부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막차’를 타자”는 심리가 구매 행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과 경기도에서 외지인의 주택 매수는 총 7만2754건으로 3만6645건이었던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다. 1년 새 약 2배가 된 것이다. 서울의 외지인 매수는 3만9081건으로 2만840건이었던 지난해보다 88% 늘었고, 경기도의 외지인 매수는 3만3673건으로 1년 전(1만5805건)보다 113% 증가했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외지인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서울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26%로 늘었다. 올해 서울 주택을 구매한 사람 4명 중 1명은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서울의 경우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외지인 매수세가 많았다. 강북구와 도봉구의 올해 외지인 매수는 각각 1952건, 1400건으로 각각 499건, 551건이었던 지난해보다 2.5~4배 늘었다. 강서구(3183건), 은평구(3091건), 구로구(2468건), 노원구(2375건) 등에서도 외지인 매수가 많았다. 반면 서초구(1212건)나 강남구(1363건)의 외지인 매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1.2배~1.6배 수준 증가에 그쳤다.
외지인뿐 아니라 그동안 주택 매매시장보다는 임대차 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분류됐던 20대 이하의 수도권 주택 매수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10월까지 서울 시내 주택 거래 중 20대 이하의 주택 거래는 7274건으로 3598건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도 20대 이하가 주택을 매수한 거래는 1만5169건으로 7050건이었던 지난해보다 115%나 늘었다. 이는 경기도 주택 매매 전체 증가율(107%)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30대 매수세도 급등해 서울에서 30대의 주택 매수는 3만6824건으로 1만9687건이었던 1년 전보다 87% 늘었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30대 매수가 6만7414건으로 3만513건이었던 지난해보다 121%나 뛰었다.

이런 현상은 궁극적으로는 정부 정책 실패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규제하면 할수록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이 줄겠다는 신호가 확산하면서 20·30대는 물론 외지인까지 매수 행렬에 가세한 것”이라며 “명백한 정책 실패”라고 말했다. 74주 넘게 이어지는 서울 전세난과 매매가 고공행진에도 정부의 규제가 주택시장의 불을 끄지 못하면서 실수요자들조차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집을 사야겠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20·30대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좋은 일자리와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교통 호재 등까지 집중된 측면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권 교수는 “외지인의 수도권 주택 매수 증가는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내세우며 추진한 ‘지역 균형발전’이 얼마나 공허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요인도 한몫했다. 정부가 접경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6·17 대책 직후인 올해 7월 서울 주택의 외지인 매수는 6992건으로 올해 들어 최다를 기록했다. 규제 전인 5월만 해도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수는 2820건으로 7월의 절반도 안 됐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