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아내에 바치는 황혼의 세레나데…세계를 울렸다 [영상]

입력 2020-11-30 10:24 수정 2020-11-30 10:55
스테파노 보치니(81) 할아버지가 암 투병을 하던 아내 카를라(74)를 위해 아코디언을 켜고 있다. 유튜브 'Aston Forgosa'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아첸차의 한 병원 앞. 구슬픈 아코디언 소리가 거리를 감쌌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세레나데. 남자는 간이의자에 앉아 아코디언을 켰다. 그의 눈과 몸짓이 오직 한 여자를 향했다. 병원 2층 창가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여자는 말없이 선율을 느꼈다. 두 사람은 황혼을 맞은 노부부였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 장면은 SNS에서 널리 퍼지며 이탈리아를 울렸다. 짜인 각본에 따른 행동이 아니었다. 81세의 할아버지 스테파노 보치니가 암 투병 중인 아내 카를라(74)를 위해 전한 세레나데였다. 당장 아내의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면회가 금지돼 멀찍이 떨어져야만 했던 것이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연은 아들이 SNS에 이 장면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겨워하던 사람들의 귀를 달랬고, 감동을 남겼다는 평가다. 보치니 할아버지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 아내가 좋아하던 노래라 집에서도 늘 들려주곤 했는데, 창밖에서 연주를 시작하자 아내가 나타났고,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카를라가 퇴원해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아내가 즐겨 듣던 곡을 더는 켤 수 없게 된 할아버지는 “나만의 별을 잃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47년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냈다.

감동적인 세레나데로 감동을 준 이탈리아 스테파노 보치니(왼쪽)와 고(故) 카를라 부부. 파트리치아 바비에리 피아첸차 시장 페이스북 캡처

파트리치아 바비에리 피아첸차 시장은 “세레나데를 들으면서 우리 모두 사랑이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