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조달시스템 구축 전액 ‘묻지마 삭감’…왜?

입력 2020-11-30 01:33 수정 2020-11-30 01:38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가 이재명 도지사의 지방분권 강화 취지의 공정조달시스템 구축 비용 전액 삭감 등 공정국과 자치행정국에 편성된 이 지사의 핵심 가치인 ‘공정’ 관련 사업을 줄줄이 ‘묻지마식’ 삭감으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해 보면 공정국은 8개 사업 총 22억원이 감액됐다.

여기에는 유통거래 상시모니터링단 활동 관련 1억4200만원,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실태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5000만원, 공정거래 모니터링 플랫폼 1억5000만원 등 불공정을 감시하고 공정한 경제를 위한 정책 예산들이 포함됐다.

자치행정국은 더 심해 중앙정부의 조달기관인 조달청과 관련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 구축 비용 63억5000만원 전액 삭감 등이 포함된 15개 사업 총 104억원이나 감액됐다.

택배노동자 편의를 위한 행복마을관리소 관련 3억2000여만원, 지역봉사단체인 새마을회·바르게살기운동·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을 위한 예산 2억8600만원 등도 대상이 됐다.

지난 제2회 추경때 안행위는 조달청과의 협의 문제로 공정조달시스템 사업을 삭감했다.

국회의 조달청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위원회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정조달이 지역조달시장에서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조달청장은 “경기도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조달청과 경기도가 상호 협의방법과 절차에 대해 협의함으로써 안행위가 그간 지적해온 부분이 해소되었는데도 삭감을 의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재결과 심지어 여러차례 해당사업 타당성과 정책방향을 점검하며 도의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사업설명 및 보고회를 요청했음에도 김판수 안행위원장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과 면담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소통이 필요한 의제 중에 하나인 사회적가치, 공정조달, 택시산업, 배달특급에 대해 설명드리면서 중앙정부의 협조를 구했다”면서 “배달특급은 무사히 추진되고 있어 다행이나 ‘공정조달’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산 용역비조차 편성이 되지 않아 ‘중앙부처에 협조해달라고 했는데도 정작 도내에서 예산편성조차 못했으니 민망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매년 예산편성 시즌에는 의회와 집행부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기 마련이고 예산의 증액과 삭감은 빈번하게 이어져 왔고 도민들에게 투자대비 효과적인 사업 추진과 의회의 집행부 견제에 대한 긍정적 순작용이 있다.

하지만 이번 안행위에서는 예산심의 과정 중 집행부의 설명이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묻지마 삭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갖가지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집행부가 이유조차 알지 못한채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며, 예산심의 과정에서 설명의 기회조차 박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