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랑 똑같은데…” 불안한 ‘유사 고위험시설’ 직원들

입력 2020-11-30 09:00

코로나19 고위험시설에 포함되지 않지만 업무 환경은 고위험시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감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이 이어지면서 보다 촘촘한 방역망 구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A씨(27)는 하루종일 전화를 돌리는 업무를 맡았다. A씨를 비롯한 직원 10여명이 칸막이 없는 책상에 빽빽이 앉아 같은 일을 했다. 사실상 ‘콜센터’와 다름 없는 업무와 작업환경이었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A씨를 비롯해 두어 명 뿐이었다. 비말이 묻은 헤드셋은 소독 없이 매일 재사용됐고 목이 아픈 상담원들은 수시로 기침을 했다. 감염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라고 강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A씨는 29일 “불안한 마음에 구청에 5번이나 신고했는데 ‘부동산중개업이라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국민신문고에도 글을 올렸으나 ‘중개사무소는 중점관리나 일반관리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아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코로나19 관련 민원임에도 구청이 해당 민원을 ‘도시환경국 부동산정보과’에 배정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세밀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해당 구청의 부동산 부서 직원도 “원래 보건소가 할 일인데 부동산업이라며 우리 과에 배정했다”며 난감해했다고 한다. 결국 구청 직원이 회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마스크를 쓰게 하라’고 권유한 것이 구청 조치의 전부였다.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A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A씨가 근무했던 부동산과 같은 ‘유사 고위험시설’은 곳곳에 퍼져 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20대 이모씨는 “우리도 예약 및 룸서비스 관련 부서는 콜센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이 부서는 감염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별도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공용 헤드셋을 개별 헤드셋으로 바꾸고 수시 소독을 하는 등 다른 부서보다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텔의 방역 관리가 느슨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씨는 “회사에서는 같이 밥도 먹지 말라고 하는데, 탈의실에서 옷도 같이 갈아입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초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최대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근무표를 짰지만, 너무 복잡해 결국 원상복구 됐다고 한다.

일관되고 선제적인 거리두기 방침이 해답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촘촘하게 한다지만 제도권 안팎에서 새로운 형태의 방역취약 사업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일일이 파악하고 대응할 여유가 없다면 선제적·일관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확진자 증가세를 잡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