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궁지 몰리나… 尹 감찰 검사조차 “사찰? 죄 안돼”

입력 2020-11-29 17:45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업무를 맡아온 검사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윤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 법리 검토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절차에도 위법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마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전지검 소속으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됐었던 이정화 검사는 29일 이런 내용의 글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게시했다. 이 검사는 파견명령을 받아 들인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를 검토하면 올바른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대가 깨져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고 했다.

이 검사는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한 법리검토를 직접 담당했었다.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는 등 법리 검토 결과 문건 작성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찰담당관실 소속 다른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같은 결론이 나와 기록으로 남겼다고 한다.

이 검사는 보고서 작성 후인 지난 24일 오후 5시20분쯤 ‘물의야기 법관리스트’와 관련된 부분을 어떤 경위로 대검에서 취득했는지 확인해보려고 하던 중 갑작스럽게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가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날 윤 총장에 대한 수사의뢰도 결정됐다.

이 검사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수사의뢰가 이뤄지면서 보고서 중 직권남용죄 성립이 어렵다는 부분은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보고서 내용 일부가 삭제된 사실은 없고 이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는 그대로 기록에 남겨져 있다”고 해명했다.

이 검사는 앞서 지난 17일 법무부에서 윤 총장 대면조사를 시도할 때 대검을 찾았던 평검사 중 한 명이다.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집행정지 심문 등에도 이 검사의 폭로성 글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성원 허경구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