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가 강경투쟁 마지노선…삭발 트라우마에 고심하는 野

입력 2020-11-29 17:2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등에 대한 ‘대여 투쟁’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여론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릴레이 1인 시위가 강경투쟁의 마지노선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으나, 지난해 무리한 삭발·단식 트라우마에 따라 강경투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9일 긴급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여 투쟁 전략을 논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이 막무가내로 망치고 있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해 무엇이든 던지고 희생해야 하는 엄중한 한 주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반하거나 대한민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법안들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내사령탑이 직접 강경투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윤 총장 직무배제와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드라이브에 대항, 강력한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갈 가능성은 낮다. 지난 27일 돌입한 초선들의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에 맞춰 30일 비대위회의를 시위 현장에서 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김 위원장은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여전히 장외투쟁에 부정적”이라며 “원내에서 독주하는 여당에 맞서는 게 효과적인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도 장외투쟁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26일 단식 농성 7일째를 맞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의 모습. 뉴시스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건 지난해 삭발 및 단식 등 강경한 장외투쟁을 이어오던 황교안 전 대표 시절의 트라우마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황 전 대표가 주도한 장외투쟁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아스팔트 투쟁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난 4·15 총선 참패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면서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데, 장외투쟁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대 여당의 일방 독주에 국민의힘이 끌려가는 그림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장외투쟁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외투쟁으로 완전히 전환할 경우 코로나 상황에서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