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된 배달 라이더… 주문 폭증에 모시기 전쟁

입력 2020-11-29 17:00 수정 2020-11-29 17:31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달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배달원 수급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배달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평일 점심시간 등엔 배달 라이더 부족으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2시간 가량 주문 거리 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계속 라이더 부족을 겪어온 배달업체들은 배달수수료 인상 등 고육책을 동원하며 라이더 모시기 전쟁을 펼치고 있다.

29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이후 배달 주문이 늘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에서는 24일 하루 전국 배달 주문 접수건수가 46만6000건으로 전날 대비 11.5%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는 심야 배달이 증가했다. GS25는 24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배달 주문 건수가 직전 주(17~18일) 같은 시간 대비 50.1% 늘었고, CU도 같은 시간 배달 주문 건수가 13% 증가했다.

특히 직장인 수요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 서초 지역에서 지난 24일 이후 점심시간에 배달 주문이 폭증하자 쿠팡이츠는 주문거리를 이용자 위치 기준 1㎞까지 대폭 줄이는 주문거리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배달 주문 수요와 라이더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짧게는 10분에서 길면 1~2시간까지 주문거리에 제한이 생긴다. 거리 반경 역시 지역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고객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배달파트너분들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도록 매장 노출을 포함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 8~9월에도 배달앱에선 라이더 부족으로 배달이 지연되면서 평소라면 30분 안팎이 소요될 게 1시간 이상을 넘어가기도 했다. 최근 요기요의 맛집 배달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도 주문이 급증하면서 라이더 부족으로 배차가 이뤄지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고자 쿠팡이츠는 부득이하게 주문거리 제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라이더 수에 비해 나날이 증가하는 배달 수요 탓에 배달업계는 라이더를 한 명이라도 더 모집하기 위해 평균 배달수수료를 높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쿠팡이츠는 다음달 1일부터 배달수수료 1만5000원 상한선을 없애기로 했다. 배달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엔 1만5000원 이상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쿠팡이츠가 1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지만 라이더를 유치하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추석 연휴인 2일 오후 서울의 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배달하는 배달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라이더 모시기’전이 치열해지면서 배민라이더스의 경우 신규 라이더에게 최대 100만원, 요기요는 200만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배달의민족은 현재 3000여명 수준으로 라이더를 운영하고 있고, 요기요는 최근 라이더 수가 800여명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연말까지 계속해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업계 모두가 라이더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라이더에 대한 일반인들의 진입 장벽은 꽤 높은 편이라 배달수수료를 높이는 방향으로 업계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