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 전면 개정에 나선다. 해당 과목은 친중파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의 온상이라는 지목을 받아 왔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인 ‘통식(liberal study)’의 개정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이 과목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일부 조정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009년 고교 필수과목이 된 ‘통식’은 학생들이 국가나 국제, 사회 문제 등에 있어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목으로 중국에는 없다.
이 때문에 친중파는 해당 과목이 학생들에게 서구 중심 사고를 갖게 하고 반중 정서를 키운다면서 비판해왔다.
실제로 해당 과목은 학생들이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민주화 시위에 앞장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 정부는 올해 해당 과목의 전면적인 개정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 ‘통식’에서 3권분립이라는 표현과 시위에 관련된 내용이 삭제된 데 이어, 26일 케빈 융 홍콩 교육부 장관은 ‘통식’의 과목명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리버럴이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난 몇 년간 지켜봤을 때 (리버럴이) 별로 좋지 않은 함의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 과목이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회 계층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는 같은 날 이를 비롯해서 토론수업 폐지, 평가방식 단순화, 모든 교과서의 사전검열, 학생들의 중국 본토 견학 프로그램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25일 람 장관도 입법회 연설에서 “‘통식’은 일반적인 목적에서 벗어났다”며 “중국의 발전과 헌법, 법률에 대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교사는 현재 7단계로 세분화된 ‘통식’의 평가 방법이 ‘통과’와 ‘낙제’로 단순화되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 의지가 약화된다고 비판했다.
학생들 역시 ‘통식’ 개정 반대 온라인 청원을 주도하며 이런 홍콩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28일 오후 기준으로 8개 학생 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통식’ 개정 반대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인원은 7000명에 달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