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악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으로 극장가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개봉을 예정한 영화들이 표류하게 되면서 연말 성수기에도 신작을 만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12월 개봉 라인업에는 기대작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하준 소주연 주연의 ‘잔칫날’과 한지민 남주혁 주연의 ‘조제’를 시작으로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연달아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다. 특히 16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박보검 공유 주연의 ‘서복’은 ‘건축학 개론’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감이 높았다. 류승룡 염정아 주연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탄탄한 만듦새로 입소문을 타던 중이었다.
하지만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등 대부분 영화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현재로서는 워너브러더스의 한국 사업 철수로 ‘조제’ 만이 오는 10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조제’의 경우 워너브러더스의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 1984’가 23일 개봉 예정이어서 추가 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앞두고 선보이려던 에이스메이커의 ‘새해전야’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앞서 극장가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았다. 현행 2단계에서 영화관은 식사가 금지되고 전 좌석을 띄어 앉아야 한다. 문제는 관객 심리다. 평소라면 관객이 많이 몰렸을 27일 금요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웃사촌’은 하루 2만6696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2위를 기록한 ‘런’은 불과 8300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사실상 영화관을 찾는 관객 발길이 통째로 얼어붙은 셈이다.
더구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검토 중이어서 영화계는 더 암울하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가면 극장 역시 오후 9시 이후로 영업이 중단되기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연말 성수기를 달굴 한국 대작들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올해 초처럼 재개봉작과 기획전이 선보일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는 3일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다크 나이트’를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아이맥스 대작 기획전’을 진행한다.
‘조제’ 개봉을 앞두고 일본 원작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수입사 엔케이컨텐츠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손예진 소지섭 주연의 리메이크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함께 상영하는 ‘일본 로맨스 명작 영화 기획전’을 마련했다.
3일 개봉하는 엘리자베스 생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에 앞서 극에 등장하는 여러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예습하는 기획전도 열린다. CGV는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 샌드라 블록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 메릴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를 비롯해 ‘사랑의 블랙홀’, ‘펀치 드렁크 러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 6편을 상영한다.
상반기 개봉했다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저예산 영화들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으로 재개봉하고 있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화제를 모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포함해 ‘프랑스 여자’, 뮤지컬 독립영화 ‘어게인’, 다큐멘터리 ‘산티아고의 흰 지팡이’ ‘고양이 집사’ 등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