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 후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의 경제 전략을 짤 때 ‘트럼프 복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28일 인민대에서 열린 중국 거시경제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 의지와 그가 얻은 득표수, 열성 지지자들의 헌신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리 교수는 “트럼프를 찍은 7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은 찬바람에 4, 5시간을 기다려 투표했다”며 “하지만 바이든에게 간 표는 집에서, 심지어 선거 참모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우편투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일반투표에서 약 600만표 차이로 졌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더 헌신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것은 거대한 미지의 영역”이라며 “우리는 2025년까지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과 중국 거시 경제를 논의할 때 ‘트럼프 복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말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열어 내수 확대와 기술 자립을 바탕으로 한 14‧5계획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2035년까지의 장기 발전 전략도 논의했다. 이는 미국과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조치다. 14‧5계획의 최종안은 내년 3월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에서 확정된다.
리 교수는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는 여전히 매우 건강하다”고 거듭 상기시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측근들에게 2024년 대선 출마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인에게 밀렸지만 그가 얻은 7130여만표는 미 대선에서 역대 2번째로 많은 득표수다.
리 교수는 이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책을 이어받아 중국 특정 산업에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 경제에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중국 경제가 직면할 가장 큰 위험이 뭐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는 ‘바이든이 특정 산업을 정확하게 겨냥한 정책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이며 이는 물음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미 대선 관련 입장 표명에 신중을 기해왔다. 중국 외교부는 미 대선 열흘 뒤인 지난 13일 “우리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바이든 선생에게 축하를 표시한다”고 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5일에야 바이든 당선인에게 “상호 존중과 협력을 추진하자”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