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한 판사, 넘어간 검사…징역 3년6개월 범죄자에 집유

입력 2020-11-29 12:00 수정 2020-11-29 12:02
국민일보 DB

판사가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한 형량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을 유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지만, 검사가 항고하지 않으면 피고인에게 원심보다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형량은 유지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비상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조직적인 보이스피싱으로 14명의 피해자에게 1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 혐의를 인정하면서 징역 3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형법상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형 형량은 3년 이하다. 재판부가 집행유예가 가능한 상한선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검사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항소하지 않았고,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대검찰청은 뒤늦게 알아차리고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뒤 심판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신청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3년6개월의 징역형은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았다. 다만 검사가 항소나 상고하지 않은 경우 피고인에게 원심보다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이 적용돼 A씨에 대한 원심 형량은 변동 없이 유지되게 됐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