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전세 가격 추이를 보면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초기 부동산 정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가격에 제동을 걸었다. ‘주거복지 로드맵’과 임대 사업 활성화 정책이 가격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임대차 3법’을 비롯한 후반기 부동산 정책은 양상이 달랐다. 가격을 떠밀어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널뛰기 시작한 가격은 수도권 세입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며 ‘월세 시대’를 부추기고 있다.
‘주거 복지 로드맵’ 때만 해도 가격 하락 유도
초기만 해도 공급 대책이 주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었다. 2017년 11월에 발표한 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 중 85만 가구가 공공임대주택 물량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을 겨냥하면서 전세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었다. 곧바로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민간 임대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수요를 억제하면서 공급을 늘리니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효과는 수치로도 보인다.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11월(100)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해 8월(96.8)까지 1년 10개월가량 하락세가 이어졌다. 수도권 전세가격지수가 1년 이상 하락세를 보인 것은 통계 공표를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2005년 1월부터 이어진 점진적인 상승세를 처음으로 끊어냈다는 기록도 남겼다.
전세자금대출 규제 때부터 수도권 전셋값 오르기 시작해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대책부터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97.1)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갭투자’를 투기로 규정하고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한 ‘10·1 부동산 대책’이 공교롭게도 반환점이 됐다.임대차 3법은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월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100.4를 기록하며 기준점이었던 2017년 11월을 넘어섰다. 정부가 긴급히 11만4000가구의 긴급 전세 물량 공급을 발표했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보증금 부담이 커진 세입자들이 부담이 적은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