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11월 26일자 [사연뉴스] “수능전 인테리어하는 옆집, 드릴소리 어떡할까요” 기사를 기억하시나요?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 층간소음에 분개해 거친 단어들을 쓰며 일종의 ‘경고문’을 올렸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는데요.
해당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 A씨가 고3 학생인 B군에게 쓴 것으로 추정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답장이 공개됐습니다. 해당 글은 2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A씨는 “공사하는 집 근처에 살고 있다. 나 또한 다른 집들보다 소음 피해를 더 입으면 더 입었지 덜 입지는 않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나도 수험생 시절에는 많이 예민했다”며 B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B군이 경고문에 쓴 단어들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는 B군에게 “학생이 쓴 글을 한번 소리 내서 읽어보십시오. ‘니 자식이 식물인간 되기 싫으면 조심해라’ ‘부모가 없냐’ ‘무뇌’ ‘이기적인 XX’ ‘설계를 벌레 같은 XX가 했다’ 등 이게 다른 사람한테 공적인 자리에서 할 소리입니까”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어 “공사하는 분들한테 하는 소리인지, 그 집 주인한테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구한데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입니다”라고 꾸짖었습니다.
A씨는 그러면서 “소음 자체나 공사 시간 때문에 불만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 하십시오. ‘이웃 주민’이라는 말은 이미 무색해졌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시길 바랍니다”고 했습니다.
A씨는 글말미에 “이런 문제와 무관하게 부디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길 바립니다”며 B군의 대학 합격을 기원했습니다.
앞서 지난 2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3 수험생이 이웃 주민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B군은 아파트 내에 ‘수능 D-8인데 2주째 드릴 소리 내는 가정교육 못 받은 무뇌들’이라는 경고문을 붙였습니다.
B군은 “학교는 지금 기말고사 기간이고 수능은 당장 다음 주 12월 3일인데 아침 9시만 되면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거리두기 2단계가 된 현시점까지 인테리어 사리사욕 챙기더라도 남의 인생에 피해 주지는 말아야지 이기적인 XX야”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내일부터는 네 부모 수가 홀수가 아닌 걸 증명하듯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고 공사하는 이웃을 맹비난했습니다.
또 “어린놈한테 욕먹으니까 기분 나쁘지?”라며 “욕먹을 짓이니까 반성하고 그만해줬음 한다. 안 그럼 당신 자식이 식물인간 판정받을 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몇 배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면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고3 학생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저런 막말은 심했다며 B군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웃을 향한 욕설 담긴 경고문에 합격을 기원한다는 답장이 달렸습니다. 사연 속 학생이 비난이 가득 담긴 본인의 글을 다시 읽어 볼까요? 학생의 새로운 답장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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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