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집행정지의 최대 사유로 꼽힌 이른바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법원 인사철에 만들어진 문건으로, 일회성이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주장처럼 불법 사찰로 보려면 특정 판사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자료를 축적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공소유지에 도움을 얻기 위해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를 맞아 단발적으로 만들어진 자료라는 것이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장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직무배제 사유 6가지 가운데 특히 법관 사찰 혐의에 대한 방어 논리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법관 사찰 의혹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는 소식을 듣고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윤 총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사찰 문건으로 지목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이 지난 2월 26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매년 법관 정기인사를 2월에 하는데 이 문건은 그 직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법관 인사 교체 시기를 맞이해 주요사건을 어떤 재판부가 맡고 있는지 파악해서 공소유지에 참고할 목적으로 만든 자료라는 게 골자다.
축적 목적이 아닌 일회성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찰로 보려면 특정 인물에 대한 자료를 차곡차곡 모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특정인에 대한 불이익을 목적으로 했어야 사찰이라 불릴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윤 총장은 해당 문건이 ‘사찰’이라는 용어로 불리는 것 자체를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향후 소송을 대비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의 서지현 검사 인사불이익 사건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안 전 검사장은 1·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검사의 전보인사는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며 안 전 검사장이 당시 인사업무를 맡은 검사에게 서 검사의 통영지청 전보를 지시한 것을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게 아니라고 봤다. 윤 총장은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공판 업무 지원을 위한 정보를 수집할 권한이 있었고, 이를 총장이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제출한 소장에 “절차적 정의를 지키는 게 법치주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한 것은 쉽게 직무배제하거나 해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데, 이번 추 장관의 조치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란 취지다.
이날 추 장관은 언론에 밝힌 입장문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윤 총장이) 통상 업무일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법원과 판사들에게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