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코로나19 방역보다 종교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임명을 강행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가톨릭과 정통파 유대교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뉴욕주는 코로나19 위험지역(레드존)은 10명, 덜 위험한 지역(오렌지존)은 25명으로 예배 인원을 제한했는데 이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감염병 사태에서도 헌법을 도외시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며 “예배 참석 규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9명 중 5명이 원고 측인 종교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성향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난 9월 별세하자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수 성향 배럿 대법관을 임명했다.
당시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6년 대법관을 임명하려다 공화당 측이 임기 말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던 전례를 들어 반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배럿 대법관의 상원 인준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긴즈버그 대법관 재임 시기 5 대 4였던 보수 대 진보 비율이 6 대 3으로 보수의 절대 우위로 뒤바뀌게 됐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5명이 종교계의 손을 들어줬다.
로이터통신은 긴즈버그 대법관 생존 시절 네바다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당시 긴즈버그 대법관이 원고 패소 쪽에 서면서 4 대 5로 소송이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인 배럿 대법관이 판결을 뒤집은 셈이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됐던 제한 조치는 현재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이 내려졌다고 금지됐던 종교행사가 허용되는 등의 실질적 변화는 없는 셈이다. 쿠오모 주지사도 이번에 문제가 됐던 지역은 이미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며 보다 폭넓은 집회 제한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