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최근의 코로나19 확산 양상이 점차 ‘중규모’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감염집단(클러스터) 수는 여전히 많은데 개별 사례 관련 확진자의 수가 5~10명 수준에서 수십명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는 검사와 역학조사만으로 감염 확산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동참을 강조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중규모 집단감염의 발생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지역사회의 일상생활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감염이 발생한다는 점에 비춰 보면 지금도 지속적인 노출과 전파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한 집단에 포함되는 확진자의 수 자체가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원인은 일상적 연쇄 감염으로 꼽았다. 일단 감염이 발생하면 2, 3차 전파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지인과 직장동료, 그 이상까지 ‘n차 전파’의 고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역조치로는 현재의 확산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박 팀장은 “지역사회에 감염자가 많아졌고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어 대응 인력을 충원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사 건수의 증가와 함께 젊은 확진자의 비율이 높아진 영향으로 집단감염의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 사람이 대부분인 군부대의 경우 무증상·경증 감염이 이미 이뤄진 후에 지표환자를 파악해 접촉자 조사를 시행하니 집단 내 환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은 확진자가 많아지다 보니 코로나19의 무증상 전파 비율도 40%대로 늘었다. 지난 8월에는 약 30%였지만 그 비중이 훨씬 증가한 것이다. 무증상이라고 해서 감염이 더 잘 되는 건 아니지만 확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방역적으로 통제가 어렵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무증상 감염의 경우에 오랫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스크를 잘 착용함으로써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감염의 규모 증가 자체보다 그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달 초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이뤄진 조용한 전파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도권 확진자가 50명 미만을 충족하지 않는 상황에서 1단계 거리두기를 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갔다”며 “남아있던 불씨가 동시다발적 화재로 번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리두기 강화는 물론, 재난방송 등 새로운 소통 방식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꼬집었다. 보다 강력한 방역조치와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명확하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다음주 초쯤 확진자가 줄 수도 있겠지만 특히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는 3차 유행의 특성상 쉽지 않아 보인다”며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려도 국민이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