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예정됐던 대한항공의 ‘송현동 땅’ 매각 최종 합의식이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돌연 연기되면서 대한항공의 현금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운명이 판가름 날 주말을 앞두고 KCGI는 대한항공에 날 선 공격을 이어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대한항공·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각 최종 합의식은 전날 서울시가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말 것을 요구해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권익위가 작성한 조정문에는 서울시와 LH가 맞교환 부지를 결정하면 대한항공과 LH가 내년 4월 30일까지 매매계약을 맺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LH가 대금의 상당 비율을 대한항공에 지급한 후 서울시와 LH의 시유지 교환이 끝나면 잔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합의식 전날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서를 수정하자고 요구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서울시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교체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입장을 바꾼 건 송현동 땅과 교환하기로 한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대해 마포구 주민들이 결사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정문 서명을 위해선 시의회의 사전 또는 사후 동의가 필요한데 논쟁이 불거지며 시의회의 동의가 불투명해졌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계약일을 특정하지 않는 건 나중에 가서 시의회의 부동의를 방패 삼아 조정문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내년에 돈을 받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내년 말까지 약속했던 2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이날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공론화를 거쳐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KCGI는 산은이 한진칼의 의결권 있는 주식 발행에 참여하는 방안이 조 회장의 경영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KCGI는 “얼마 전까지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장담하던 산은은 가처분이 인용되면 딜이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의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갑자기 주장한다”며 “이는 법원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심문 기일이 열렸던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오는 30일이나 다음 달 1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신주발행 외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안이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가능할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