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을 놓고 이틀째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야당은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윤 총장의 출석을 저지했다”고 날을 세웠고, 여당은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국회법을 왜곡하고 있다”며 김 의원의 사·보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 폄하’와 ‘찌라시’ 막말 및 고성이 오갔고 결국 법사위 전체회의는 파행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오전 10시 전체회의 개의에 앞서 윤 위원장을 항의방문했다. 김 의원은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위원장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전체회의 개의 요구서를 통보하지 못하도록 법사위 행정실에 지시했다”며 “윤 총장이 출석할 길을 원천 봉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윤 위원장이 ‘공정경제3법, 공수처법을 처리해주면 출석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맞바꾸자는 것 같다”며 “윤석열이 여느 대선 주자가 아닌가보다. 훨씬 더 센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같은 야당의 공세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국회법에는 ‘위원회 의결로 국무위원 등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의결이 안 되면 출석시킬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격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사·보임을 해줬으면 한다”며 “(김 의원을) 보좌하는 직원들에게도 제대로 보필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미국 의회에 입법보좌관 자격시험 제도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걸 도입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조 의원을 향해선 “그 양반이 찌라시 만들 때 버릇이 나오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며 양쪽의 충돌이 극에 달했다. 김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윤 위원장을 향해 “이제 법사위원장이 제1야당 간사 직무정지도 시키려고 하느냐”며 “의원실 식구(보좌진)에게도 인권과 인격이 있다.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보좌관 선배로서 한 말”이라며 “사과할 수 없다”고 버텼다.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도 “보좌관들 인격을 존중한다면 협의 과정도 좀 존중해 달라”고 맞받았다.
여야는 윤 총장의 출석 여부를 놓고도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백 의원은 “윤 총장은 법원에 (직무정지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한 상태”라며 “이제 사건 당사자니 국회에 불러 증언을 듣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반면 조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윤 총장이 나와야 한다. 윤 총장은 나오겠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양쪽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언쟁만 주고받다 개의 40여분 만에 산회했다.
한편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오후 2시 법안심사소위를 단독으로 열고 상법·공수처법 개정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백 의원은 “국회 본연의 임무가 법안심사인데 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며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다른 법안들도 야당과 합의 하에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민철 박재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