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50대 임원을 전진 배치하고 임원 수를 대폭 줄였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은 조직을 슬림화하고 젊은 인재를 앞세워 불확실해진 경영 환경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5개사 계열사의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식품 분야를 이끌었던 식품BU(Business Unit)장이 이영호 사장에서 이영구(58·사진 맨 왼쪽)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로 바뀌었다. 이영호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영규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하며 새로 식품 BU장을 맡게 됐다.
롯데그룹의 이번 임원임사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빠르게 확정하고 실행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난 8월 파격적인 비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연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었다.
롯데그룹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도 커뮤니케이션실장과 준법경영실장이 교체됐다.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맡았던 오성엽 사장이 물러나고 고수찬(사진 가운데) 롯데건설 부사장이 승진 보임했다. 준법경영실장으로 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이로써 최근 2년 사이에 롯데지주 6개실 수장이 모두 바뀌었다.
이번 임원인사의 특징은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로 요약된다. 롯데에 따르면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했던 지난해 대비 승진 및 신임 임원 수가 8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젊은 임원들이 전진배치 되면서 예년보다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롯데푸드 대표이사에 오른 이진성(51·사진 맨 오른쪽)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 황진구 신임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52·부사장),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신임 대표이사(50·전무), 강성현 신임 롯데마트 사업부장(50·전무) 등이 각 계열사 대표를 새로 맡게 됐다. 롯데GRS 차우철(52) 신임 대표이사, 노준형(52) 롯데정보통신 신임 대표이사도 50대 초반에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 임병연 부사장이, 부산롯데호텔 대표에는 호텔롯데 국내영업본부장 서정곤 전무가 내정됐다. LC USA 대표이사에는 손태운 전무가 내부승진 했고, LC Titan 대표이사에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생산본부장 박현철 전무, 롯데베르살리스 대표이사에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안전환경부문장 황대식 상무가 각각 내정됐다.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에는 롯데칠성음료 글로벌본부장 김태현 상무가 내정됐다. 롯데는 글로벌 임원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롯데제과 파키스탄 콜손 법인의 카얌 라즈풋(Khayyam Rajpoot) 법인장이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다.
롯데그룹은 임원 직급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부사장 직급은 승진 연한이 폐지돼 1년 만에도 부사장에서 사장 승진이 가능해졌다. 기존 상무보는 2개로 나뉘었던 직급이 하나로 통합됐다.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기존에는 13년이 걸렸지만 이번 직제 개편으로 승진 가능 시기는 대폭 앞당겨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조기에 CEO로 적극 배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