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주차량에 딸 잃어…” 대만부모 靑청원 3일만에 15만

입력 2020-11-26 13:52 수정 2020-11-26 14:04
쩡칭후이씨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한국에서 유학하던 외동딸을 음주운전 사고로 잃은 대만인 부모가 한국의 음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쓴 국민청원 게시글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 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후 청원글 속 피해자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26일 오후 1시30분 기준, 해당 청원에 동의하는 이들이 14만5000명을 돌파했다. 글이 게시된 지 3일 만이다.

청원인은 글을 통해 자신을 지난 6일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만 유학생 쩡이린(曾以琳·28)의 한국인 친구라고 밝히면서 피해자 쩡씨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되어가는 외국인 친구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쩡씨에 대해 “수년간의 힘든 타국 생활에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깊었다”고 회상하면서 “(쩡씨가) 횡단보도의 초록색 신호에 맞추어 길을 건너는 도중,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손 써볼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귀갓길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쩡씨가) 만취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여느 젊은 청년이 누릴 수 있었던 앞으로의 수많은 기회와 꿈을 강제로 박탈당하였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면서 “코로나 사태로 짧게 한국에 방문한 친구의 부모님이 들었던 건 ‘사연은 안타깝지만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선 오히려 처벌이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썼다.

이에 청원인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린 친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에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글을 작성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글을 통해 “음주운전은 예비 살인 행위이며, 다른 범죄보다 더욱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쩡씨 부모는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현지 언론을 통해 “이기적인 범인이 딸의 생명과 우리의 희망을 앗아갔다”면서 “더는 딸의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고 비통해 했다. 현재 쩡씨 부모는 딸의 시신을 화장해 대만으로 돌아간 상태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딸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쩡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한국 네티즌들은 “나라 망신이다” “술 먹고 운전한 것도 괘씸한데 그걸 감형해주는 건 더 괘씸하다” “음주 운전자 강력 처벌 법안이 절실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하고 있다.

한편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 정부 등 관계 부처의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국적과 관계없이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