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40년을 선고한다”… 미동조차 하지 않은 조주빈

입력 2020-11-26 13:03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26일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피고인석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장인 이현우 부장판사(형사30부)의 선고를 들었다. 징역 40년이란 형량을 들은 방청석에서 “와”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조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부과했다. 범죄수익금 1억604만여원을 추징하고,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조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5명의 피고인들은 각각 징역 7~15년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는 중요도에 따라 조주빈부터 하지 않고 역순으로 하겠다”며 조씨의 선고 주문을 제일 마지막에 읽었다.

이날 재판은 조씨가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성착취물을 만들고 텔레그램에서 이를 판매·배포한 등의 혐의, 성착취물 제작·배포를 목적으로 박사방이란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에 대해 이뤄졌다. 조씨는 가상화폐를 환전해 약 1억800만원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선고에서 가장 주목된 부분은 조씨 일당을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범죄집단)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형법은 범죄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고 가입·활동한 경우 구성원 전원을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범죄단체는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폭력조직처럼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요구하지만, 범죄집단은 ‘범죄 계획·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구조’면 인정된다. 조씨와 그 일당은 재판 과정에서 범죄집단을 조직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조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모두 조씨가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나머지는 속거나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조씨와 공범들은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구성원들이 오로지 그 범행 목적으로 구성·가담한 조직으로서 각 구성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했다”며 조씨 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모두 조씨 지시에 따라 피해자 유인, 성착취물 유포, 가상화폐 대가 제공 등 범행에 동참한 점을 불리하게 판단한 것이다.

범죄집단에 가입하는 인식이 없었다는 등의 반론에 대해서도 “나머지 피고인들도 조씨가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걸 알면서도 새로운 성착취물을 받아보려고 참여했고, 조씨 지시에 응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조씨 일당이 텔레그램의 여러 방에서 활동했지만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조씨를 추종하고 지시에 따른 점을 근거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이라며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형에 대해서는 “조씨 범행의 중대성과 치밀성, 피해자 수와 피해 정도, 사회적 해악을 고려하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에게 유포했다.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선고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모든 법원이 디지털 성폭력 사건을 대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기 원한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