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감찰 맡아온 검사 “직위해제, 이럴 때 취소됐다”

입력 2020-11-26 11:07

대검찰청 감찰본부 감찰3과 소속 감찰팀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처분에 대해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법원이 직위해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언급하면서 처분이 취소된 사례들을 짚어 거론한 것이다. 윤 총장 감찰을 담당해온 검사가 이러한 글을 남기자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이 부당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태원 대검 감찰3과 팀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직무집행정지와 유사한 직위해제와 관련해 법원은 중징계를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해 공무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해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적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글을 두고 사실상 정 팀장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청구, 직무배제에 대한 이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일이 법무부의 감찰규정에 비춰서도 옳지 않음을 에둘러 말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법무부 감찰규정은 비위 조사 결과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징계처리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정 팀장은 무엇보다도 “소명을 듣지 않고 징계의결 요구 및 직위해제를 한 사안에서 직위해제처분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는 글을 남겼다. 법무부가 감찰 대상자인 윤 총장에 조율이 필요한 대면조사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반론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를 청구한 것에 대한 지적이라는 게 검찰 내부 반응이다.

정 팀장은 대검 연구관들이 추 장관을 향해 발표한 성명서에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이같이 썼다. 앞서 대검 연구관들은 추 장관에게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법 부당한 처분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로 간곡히 요청했었다.

정 팀장이 일해온 대검 감찰본부는 추 장관이 발표한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팀장이 남긴 글은 사실상 수사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 감찰본부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정 팀장이 이견을 표해 업무에서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