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은 전생에 나라를 세 번 정도 구한 것 같다”며 현 정권과 여당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함께 한 시사 대담 ‘진영을 넘어 미래로’에서 “(문 대통령은) 탄핵 때문에 거저 대통령이 됐고 김정은을 만났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와서 지지율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촛불 정권으로 자기를 브랜딩했기 때문에 기대했는데 작년부터 맛이 가버렸다”며 “이 정권은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가치를 지향하는 집단으로서는 몰락했다고 본다”고 악평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은 잘했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나머지는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를 명령한 것을 두고는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은 여야나 추미애·윤석열 싸움이 아니다”라며 “1987년 이후 어렵게 쌓아온 자유민주주의 기본 규칙을 문재인 정권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들 수사 못 하게 검찰 독립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감사원이 감사를 못 하게 하고 법원 탄핵을 서슴없이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권이 사회 감시와 견제하는 기관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어제 사태를 보면서 약간의 공포감도 느꼈다”고도 했다. 이어 “추 장관은 깍두기, 그냥 붙여주는 애. 청와대에서는 아무 말도 없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들고 의원 나부랭이들이 거든다”며 “결정은 청와대에서 내려졌다고 본다”고 추측했다.
그는 “역대 이렇게 많은 청와대 사람들이 기소된 적이 없다”며 “청와대 운영을 과거 전대협이나 학생회 운영하듯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검찰총장, 감사원장이지만 권력에 반대하거나 시키는 대로 안 하는 사람이 다음 대상이고 그다음은 국민 개개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이 독재 정권으로 몰락한 데는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을 뜻하는 소위 ‘문빠’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맹목적 지지자로 인해 수정 능력을 잃어버렸다”며 “팬심으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나의 지지가 국가의 진로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한국 경제 주축인 40~50대가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과거 보수층이 할아버지가 되면서 낡은 보수가 됐다. 여당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는 모든 것을 빨갱이라고 낙인찍고, 주류라고 착각한다. 이제는 빨갱이라고 하면 자기가 고립된다”며 “완전히 거듭나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진 전 교수는 “(내년 보궐선거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정권이 폭주하고 있다. 유권자가 화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과 관련해서는 15년여 논의에 따라 합리적 결론이 나왔는데 뒤집혔다”며 “절차를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뒤집는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박 교수는 이날 사실상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부산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리더십의 전형을 부산에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답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