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조합 측 인사가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또 공공기관 노동자가 호봉제 대신 직무에 따라 임금을 받는 직무급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병훈 공공기관위 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번 합의는 공공기관 노조와 정부의 대타협으로 평가된다”며 “1년 동안 노정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논의하고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 합의문에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를 조속히 할 것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담겼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측 대표가 기관·기업 이사회에 참가해 발언·의결권을 갖는 제도다. 기관 내부 감시와 견제 임무를 수행하고 경영의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노사 간 정보 비대칭 문제의 해결도 기대 요인이다.
노정은 “노동이사제 도입 이전 공공기관 노사는 자율합의에 따라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과 의장 허가 시 의견 개진이 가능토록 한다”며 “노조가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는 경우 현행법상 절차를 거쳐 비상임이사에 선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했다.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이전이라도 사실상의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난 8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도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 번 손들고 해보고 싶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금융 공공기관에서는 IBK기업은행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현 정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행장은 지난 1월 취임 당시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합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조의 지나친 경영권 침해로 기업경쟁력이 약화하고 노동자 이익만을 대변하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노정은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 체계 개편을 의한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직무급제는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직무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정하는 제도다. 낮은 직급이라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근속 연수나 직급에 상관없이 높은 연봉을 주는 식이다. 노정은 또 임금피크 대상 인력을 중소기업 지원 활동에 활용하는 등 임금피크 인력운영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