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는 너무 길다”… 미국·유럽, 자가격리기간 줄인다

입력 2020-11-25 16:13 수정 2020-11-25 17:08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이 감염 의심자의 격리 기간을 현행 14일에서 7~10일까지 줄일 전망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격리 기간을 단축했다. 기간이 단축된 만큼 격리 수칙 준수를 더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방역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격리 기간을 7~10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헨리 워크 CDC 코로나19 대응팀장은 이날 “우리가 진행한 조사와 연구, 역학 모델링을 종합한 결과 격리 기간을 단축할 여력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7~10일로 예상되는 새로운 격리 기간을 포함한 새로운 방역 권고안을 제작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CDC는 코로나19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주라는 기간은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해 한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격리 기간으로 통용돼왔다.

CDC는 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감염 의심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는 것을 지침에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오면 그 이후 코로나19가 발병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판단에서다.

유럽 국가들도 이미 격리 기간을 단축했거나 단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격리 기간을 각각 7일, 10일로 줄였다. 독일은 격리 기간을 10일로 단축하도록 권고하는 대신 주 정부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영국은 아직 수칙 변경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격리 기간을 단축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이 코로나19 격리 기간을 줄이는 이유는 사람들이 격리 수칙을 더 잘 준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2주의 격리 기간이 너무 길어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격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WSJ은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격리 중 방역 수칙이 깨지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가 지난달 내놓은 연구 결과에서도 코로나19에 걸린 가족과 접촉한 영국인의 4분의 1가량만이 격리 지침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커 팀장은 “격리 기간을 단축하면 감염률이 다소 올라갈 수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사람들이 단축된 기간만이라도 격리 수칙을 잘 지켜준다면 (감염률 상승이라는)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격리 기간 단축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일에서 14일까지로 다양한 만큼 격리 기간을 단축하면 대대적인 감염 확산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다. 일부 국가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절충안으로 7일간의 격리를 시행하고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해 음성이 나올 경우 격리를 종료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