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찬사’ 쏟아지는 BTS… 지적 받는 그래미

입력 2020-11-25 15:36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주류 음악계 상징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K팝 역사를 새로 썼다는 국내외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을 1개 부문에만 지명한 그래미의 보수적 행보에 대한 지적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24일(현지시간) 온라인 생중계를 열고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고 밝혔다. 국내 대중음악 가수 최초다. 방탄소년단 첫 영어 싱글인 ‘다이너마이트’는 앞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올라 세계 최대의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빌리 아일리시, 두아 리파 등 세계 최고 스타들이 거쳐 간 그래미 어워즈는 명실공히 음악계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4개 본상 부문과 함께 주요 부문 가운데 하나다. 방탄소년단은 이 부문에서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운 디아’, 저스틴 비버와 쿠아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한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후보 발표 직후 공식 트위터에 “힘든 시기, 우리 음악을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준 건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여러분이다. 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감격을 전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긴다”고도 덧붙였다. 트위터에는 생중계를 시청하던 멤버 RM·지민·뷔·정국이 ‘다이너마이트’ 호명 직후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르며 기뻐하는 영상도 올라와 있다.

앞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방탄소년단은 이로써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후보에 오른 한국 최초의 가수가 됐다. 특히 그래미 지명은 미국 주류 음악계가 방탄소년단과 K팝의 영향력을 사실상 시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비서구 음악에 배타적인 그래미는 지난해도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를 히트시킨 방탄소년단을 시상자로 올렸을 뿐 후보에서 제외해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음악계는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싱글 차트를 정복하는 등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한 방탄소년단의 실제 수상을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해외 언론도 방탄소년단의 성취를 집중 조명 중이다. AP통신은 “K팝 제왕이 최초로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 이들은 그래미 후보 지명을 꿈이라 했었고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미 대중음악 매체 빌보드는 “한국 그룹이 세계 팝 무대에서 놀라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래미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비판도 따라붙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1개 부문 후보에 그친 것이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USA투데이는 “현재 방탄소년단보다 더 큰 성과를 이룬 그룹은 없는데도 이들은 1개 부문 후보에 그쳤다”며 “그래미는 미국 주류 음악에서 K팝이 가진 엄청난 존재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레코드’나 ‘올해의 노래’ 후보로 지명됐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할리우드리포트는 “핫100 1위에 오른 BTS가 그래미 주요 부문 후보에 지명되지 못했다는 게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