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한국을 찾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5일부터 2박 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물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를 만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미리 다져놓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일본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를 통해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 뒤 서울 시내 모처에서 강 장관과 오찬을 함께한다.
오후에는 청와대 방문 일정이 잡혀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할 예정”이라며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4~5일 공식 방한한 왕 부장을 접견한 바 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시 주석의 방한 및 한·중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일정이 구체적으로 조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별도 메시지 전달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 접견을 마친 뒤 여권의 핵심 인사들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26일 저녁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던 2017년 5월에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중해 시 주석을 면담하는 등 양국의 가교역할을 했다.
이어 일정 마지막 날인 27일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조찬 회동을 한다. 이 자리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윤건영·이재정 의원, 민주연구원장인 홍익표 의원이 참석한다. 이 외에도 박병석 국회의장과 송영길 외통위원장과의 면담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왕 부장이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강 장관보다 여권 주요 인사들과 만남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왕 부장이 공식 채널 외에도 한국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치는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영선 임성수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