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권위 음악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K팝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한국시간 25일(미국 서부시간 24일)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로 발표했다.
국내 클래식이나 국악 관계자가 그래미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한 적은 있었으나, 한국 대중음악의 후보 지명은 사상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로써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미국 3대 음악시상식에서 모두 후보에 오른 전인미답의 기록을 갖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에 앞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에서는 이미 각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만약 그래미에서도 상을 받으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방탄소년단은 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과 함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트로피를 겨루게 된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로, 2012년 시상식부터 신설됐다. 듀오 또는 그룹,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수여된다.
그동안 래퍼 릴 나스 엑스와 빌리 레이 사이러스의 ‘올드 타운 로드 리믹스’(2020),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의 ‘셸로’(2019), 미국 록밴드 ‘포르투갈. 더 맨’의 ‘필 잇 스틸’(2018), 미국 듀오 트웬티 원 파일러츠의 ‘스트레스드 아웃’(2017) 등이 수상했다.
4대 본상(제너럴 필드)이 아니라 장르 부문에 해당하지만, 그래미의 중요한 부문 중 하나로 꼽히다.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에 오른 적은 그동안 없었다.
이번에 후보로 오른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21일 발매한 디스코 팝 장르의 싱글이다. 한국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미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며 이미 역사적 기록을 썼다. 더욱이 ‘핫 100’에서 통산 3주간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발매 12주를 넘긴 최근까지도 차트 최상위권을 지키며 미국에서 대중적으로도 흥행했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 심사 대상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발표된 작품들이었다. 최종 투표는 다음 달 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이뤄진다. 수상자는 미 현지시간으로 내년 1월 31일 개최되는 63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서고 올해 62회 시상식에서는 릴 나스 엑스와 합동무대를 펼치는 등 이미 두 차례 그래미 무대를 밟은 바 있지만, 후보로 입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을 디자인한 회사가 61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에 오른 바 있으나 음악적 성취를 중요시하는 그래미에 음악 부문 후보로 오르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들은 그동안 그래미 후보 입성 및 수상이 목표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리더 RM은 23일 공개된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래미 후보에 올라 가능하면 상을 받고 싶다”면서 “미국 (팝 무대 진출) 여정의 마지막은 그래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정식 후보로 오르면서 내년 1월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단독 무대가 펼쳐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한편 최근 인기 상승세를 타며 신인상 후보 지명 가능성이 제기됐던 블랙핑크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