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왕이, 문정인·이해찬과도 회동…광폭행보 나선다

입력 2020-11-24 16:24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방한한 이후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카운터파트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뿐 아니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강화하는 걸 견제하려는 중국의 입장을 전방위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일본 방문에 이어 25일 한국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한다. 그는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회담을 한 뒤 시내 별도공간에서 오찬을 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코로나19 이후 인적 교류나 경제협력 증진, 한반도 문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포함한 고위인사 교류 등 (회담에서) 모두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동맹 회복을 견제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중국 입장에선 행정부 출범 이전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문정인 특보와도 별도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해찬 전 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 등 여당 인사들도 만나는 일정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문 특보와 여당 원로급인 이 전 대표를 만나는 것을 놓고 왕 부장이 중국의 입장을 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강화 정책이 쿼드플러스 같은 다자안보동맹체제로까지 이어지면 중국 입장에선 제2의 사드 같은 사태를 맞닥뜨리게 되고, 이는 중국의 군사안보전략에 있어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권 막후 역할을 하는 인물에게도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다음달 초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1월 20일 종료되는 만큼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목적보다 행정부 교체기에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는 차원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소집해둔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하며 몸값을 높이려는 행보를 보였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