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당시 고위 당국자들 ‘중용’
국무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반대
첫 여성 국가안보국장 등 여성과 유색인종 ‘발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간)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을 이끌 6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반대했던 인사들을 중용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으로 유턴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다. 이들 대부분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손발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이번 인선에서 여성과 유색 인종을 발탁하면서 백인 남성 위주 인사를 탈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외교수장인 국무부 장관엔 미국 언론의 예상대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지명됐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용됐다.
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17개 미국 정보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발탁되면서 여성 최초로 미국 정보수장 자리에 오른다.
쿠바 이민자 출신의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도 히스패닉계로는 최초로 국토안보부 장관 자리를 낙점 받았다.
35년 동안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흑인 여성인 토머스-그린필드 전 국무부 차관보는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지명됐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를 담당할 대통령 특사로 전격 기용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이날 인수위 웹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외교안보팀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NYT는 “새롭게 만들어질 (바이든의 외교안보) 팀에서 오바마 행정부 당시 고위 당국자들의 한 그룹이 다시 뭉쳤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대부분은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긴밀히 협력했고, 일부 인사들은 당시 바이든과 가까이 지냈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 “이들은 외국 외교관들에게 잘 알려진 인사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제 협력, 동맹 강화, 강력한 미국의 리더십 등 민주당의 외교정책이 핵심 원칙들에 대한 신뢰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전쟁 이후 외국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NYT는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거론하면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을 고립시키고, 적대국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공격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또 이번 외교안보팀 인선에서 여성과 유색 인종이 중용된 점을 높게 평가했다.
6명을 뽑은 이번 인사에서 여성은 두 명이 기용됐다. 헤인스 전 부국장은 여성 최초로 DNI 국장에 발탁됐다.
유엔 주재 미국대사엔 35년 외교관 경력에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흑인 여성 토머스-그린필드가 기용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유엔대사 자리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유엔으로 대표되는 다자외교를 중시하겠다는 의도다.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은 친정인 국토안보부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마요르카스 전 부장관이 상원 인사청문 과정을 통과할 경우 히스패닉계로는 최초로 국토안보부 장관이 된다.
2004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거물급 인사 케리가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에 기용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변화 정책을 중시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안보팀 인선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있어서 허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나는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우리가 직면한 최대 도전에 맞서 세계를 결집시키는데 준비된 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