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활동이 종료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다시 한번 열기로 전격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추천위 재개에 동의는 했지만, 후보 추천이 재차 불발되는 상황에 대비해 공수처법 개정안 논의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박 의장 주재로 회동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저의 제안에 대해 여야가 이의가 없었다”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회의를 재소집해 최종 후보를 다시 논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박 의장이 추천위를 다시 한번 소집하자고 요청했고,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야당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추천위를 계속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지난 18일 3차 회의를 열고 예비 후보 10명 가운데 최종 2인을 선정하려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현정 변호사(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천)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이 각각 5표를 얻었지만, 최종 추천 요건인 ‘추천위원 7인 중 6인 이상 찬성’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5명은 “후보 추천위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후보 추천위가 재개돼도 연내 공수처 출범이란 여당의 데드라인에 맞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천위 재개를 환영한다”면서도 “기존 후보를 비롯해 새로운 후보에 대한 논의까지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위 무용론’을 거론한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추천위원들과 사전 협의 없이 국회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며 “(참여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여당은 국회 법사위의 공수처법 개정안 논의는 그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오는 25일 법사위 논의에 대해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시간끌기로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는 것 용납하지 않겠다는 김 원내대표의 말에 참석자 전원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후보 추천 과정이 지연된다면 늦어도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바로 법 개정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공수처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화상으로 참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사위는 공수처법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 주기 바란다”며 “개혁, 공정, 정의 및 미래를 위한 입법들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마무리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 “국민이 주신 귀한 의석과 소중한 입법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 공수처 출범을 더는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