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구글, 반발 커지자 “수수료 부과 연기”

입력 2020-11-23 16:45


구글이 자사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모든 결제액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인앱결제(IAP·In-App Purchase)’ 도입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다. 정책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국내 IT(정보기술) 업계 반발이 커지고, 정치권에서 구글에 대한 규제·압박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23일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개발자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의견을 수렴해 신규 콘텐츠 앱의 경우에도 결제 정책 유예기간을 2021년 9월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기 배경에 대해선 “한국 개발자들이 관련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새 방침은 신규 앱에 대해서도 기존 앱과 같은 시기까지 수수료 부과를 연기한다는 의미다. 앞서 구글은 지난 9월 구글플레이에서 판매·유통되는 모든 앱 결제 금액에 30%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로 등록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구글플레이 인앱결제가 의무 적용될 예정이었다.

구글의 이같은 수수료 부과 방침이 공식화되자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구글의 행위로 30%의 수수료가 강제돼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경쟁과 혁신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자들의 결제서비스 선택권이 박탈되고, 높은 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점도 지적받았다.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IT 유관 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를 이어가며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철회를 요구했다.

최근 애플의 수수료 인하 방침도 구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 매출 100만(약 11억원) 달러 이하 중소 앱 개발사에 대한 앱스토어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앱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경쟁사인 애플마저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한 구글이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이 국내에서 꾸준히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가중되는 정부·국회의 압박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요소였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대해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처리를 놓고 여야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26일 정기국회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업계는 구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도입 연기가 아닌 철회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구글의 연기 결정 이후에도 일부 스타트업은 24일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구글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