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배틀필드… ‘퍼즐’ 같은 윤석열의 단어들

입력 2020-11-23 16:19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23일 “검사의 배틀필드(전장)는 법정”이라며 결국 검찰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부산·광주지검 기획검사들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진행된 ‘공판중심형 수사구조’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과거 수사가 조서를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를 놓고 이뤄져 왔다면, 앞으로는 법정에서 어떻게 증거를 효율적으로 내놓느냐의 문제로 변했다는 지적이었다.

그의 말보다 관심을 모은 것은 일선 검사들과의 접촉 자체였다. 윤 총장이 교육이나 간담회를 위해 일선 검사들을 만나는 일은 매주 1회꼴로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멈췄던 지방 검찰청 방문을 지난달 29일 대전고지검에서 재개한 것이 시작이었다. 윤 총장은 이달 들어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차장·부장검사들을 만났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애쓴 검사들을 불러 간담회도 했다.

윤 총장이 지난달 국정감사 이후 정계 진출 논란에 휩싸였고 대선후보 지지율 1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터라 이 같은 내부 행사마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법무부와의 갈등이 표면화한 뒤 검찰총장의 일정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내부 결속’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감 이후 윤 총장에 대한 여러 방면에서의 감찰을 지시했다. 윤 총장을 향해 “사퇴하고 정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실제 윤 총장의 여러 일정들은 그의 작심발언들을 검찰 안팎에 전하는 계기로 쓰였다. 검찰의 기원과 역할에 대한 본인의 소신, 검찰 개혁에 대한 풀이로 이어졌다. 그는 대전고지검 방문 때에는 “옛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한 뒤 교육 개혁이 말하던 지향점이 ‘평등 교육’에서 ‘영재 교육’으로 변화했다”고 언급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법무연수원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정의했다. 평검사들이 검찰 개혁의 진의가 무엇이냐고 ‘연판’을 하던 중 나온 검찰 개혁론이었다. 당시 한 간부는 “총장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진짜 검찰 개혁이라고 답한 셈”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근대 검찰의 탄생을 1789년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설명한 점도 법조계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법조계에선 날이 선 해석을 내놓는 정치권 일각과 달리 윤 총장의 간담회 속에 정치적 의도를 발견하긴 어렵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한 검사는 “총장이 일선과 소통하는 경우는 그간에도 많았지만 윤 총장은 윤 총장이라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업무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총장은) 식사도 외부인과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