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주목 에이미 아담스 “땅에 다이빙하는 마음으로 연기”

입력 2020-11-23 15:54 수정 2020-11-23 15:55
넷플릭스 제공


극장 개봉과 24일 넷플릭스 동시 공개로 화제를 모은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J.D. 밴스의 동명 회고록이 원작이다.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만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계급 고착과 휴머니즘을 적절히 버무려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회고록은 앞서 ‘분노의 역류’ ‘아폴로13’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 ‘인페르노’ 등으로 장르를 넘나든 론 하워드 감독도 사로잡았다. 23일 영화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온라인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론 하워드 감독은 “책에 굉장한 흥미와 공감을 느꼈다. 비단 사회정치적인 것만이 아니라 이 작품이 ‘가족’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영화 배경이 되는 러스트벨트 지역은 아니었지만, 소도시 출신인 내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여성 인물들을 아주 힘 있게 화면에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힐빌리’는 미국에서 쇠락한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 계급을 일컫는 말이다. 원작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빈곤층의 소외를 직시해 호평받은 것과 달리 극장에서 먼저 선보인 영화를 향한 평가는 엇갈렸다. 휴머니즘에 너무 초점을 맞춘 결과 평범한 가족 드라마의 느낌으로 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주인공 JD의 약물중독 엄마 베브 역의 에이미 아담스, 그리고 그와 갈등하는 엄마 역 글렌 클로즈가 그려낸 호흡은 압도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들은 줄기 서사를 압도하는 강렬한 연기를 펼치는데 특히 에이미 아담스는 해외 언론들에서 오스카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젊은 싱글맘 베브는 가난과 가정의 불화 속에서 점점 말라간다.


넷플릭스 제공


에이미 아담스는 “베브는 자식들을 너무도 사랑했지만 자기 자신은 사랑하지 못한 인물”이라며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그 순간에 집중함과 동시에 뛰어난 상대 배우들과 감독님에 의지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는 까다로운 다이빙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때로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서다”며 “그랬을 때 물 밖으로 건져줄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는 점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을 보였다.

실재감 넘치는 외연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에이미 아담스는 “베브라는 실제 인물이 계시는데 그녀 역을 하기 위해 체중을 늘렸다고 말하는 건 민감할 수 있다”면서도 “약 9㎏ 정도 체중을 늘렸고, 코에 특수분장도 했고 가발도 썼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에 제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외할머니의 외적인 부분을 제대로 갖추는 게 무척 중요했다는 글렌 클로즈도 “실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아이들을 웨건에 태워서 끌어주는 모습 등 그녀가 가족들과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이 작품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족이란 존재가 인간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어서다. 론 하워드 감독은 “때로 마음의 짐·학대·중독·경제적 어려움 등이 가족들을 무너뜨린다”며 “이들 모두 전 세계의 가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를 통해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