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공연이 지금은 참 절실해졌어요. 우리가 함께 웃고 노래하며 즐기던 그 시절이 제가 가수로서 존재하는 이유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된 한 해였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한다는데, 모두가 방역을 준수하고 위생도 철저히 신경 써 마주 보고 공연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가수 김준수가 첫 비대면 콘서트에서 한을 풀었다. 음악 방송에 갈증을 느꼈던 팬들을 위해 MC 샤로 변신하는 등 온라인이라 가능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김준수의 콘서트는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은 봐야 할 콘서트’로 정평 나 있는 만큼 그의 비대면 콘서트에도 큰 관심 쏠렸다. 한 공간에서 직접 소통할 수는 없었지만 팬들의 외침은 더 크게 울렸다. 공연 막바지에는 채팅창이 ‘김준수’와 ‘앙코르’로 도배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김준수는 새 미니앨범 발매 기념 온라인 콘서트 ‘2020 XIA ONLINE CONCERT Pit A Pat(핏어팻)’를 21일과 22일 열었다. 라이브로 진행된 비대면 공연인 만큼 김준수는 실시간 댓글로 관객과 소통했다. “원래 연말에 전 세계 팬들을 직접 찾아뵈려고 했는데, 상황이 어려워 졌잖아요. 그래서 새 앨범을 준비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먹었던 이유는 여러분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어서였어요.”
공연은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껏 신나게 노래하고, 함성과 떼창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안내 멘트로 시작됐다. 첫 곡 ‘타란텔라그라’(Tarantallegra)를 마친 김준수는 “원래 첫 무대를 마치면 공연장에 함성이 크게 들렸었는데 (무관중 콘서트는) 굉장히 어색하다”며 “비록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공연장에서 함께 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이끌어 가보겠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엑스 송’(X Song), ‘턴 잇 업’(Turn it up) 등 댄스곡부터 ‘꼭 어제’, ‘사랑은 눈꽃처럼’ 같은 명품 발라드까지 다채로운 음악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새롭게 편곡해 선보인 ‘언커미티드’(UNCOMMITTED) 리믹스 버전도 공개됐다. 최근 주로 뮤지컬 무대에 서왔던 김준수가 오랜만에 콘서트 무대에서, 또 안방 1열 화면에서 노래를 부르자 감격한 팬들의 환호가 채팅창을 휩쓸었다.
특히 김준수만을 위해 준비된 특집 음악 방송 콘셉트가 눈길을 끌었다. 전 소속사와의 분쟁 탓에 음악 방송 출연을 할 수 없었던 김준수가 팬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면서, 10여년간 음악 방송 무대를 갈망했던 그 자신을 위한 무대였다. 이날 김준수는 MC 샤와 가수 시아로 변신해 1인 2역을 소화했다. MC 샤가 인기 차트를 소개하면 가수 시아가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식이었다. 차트 1위는 신곡 ‘핏어팻’이었다. 수록곡 ‘요즘’과 ‘너를 쓴다’도 공개됐다.
“신곡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여러분 앞에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온라인이라는 강점을 살려서 콘서트지만 음악 방송을 보는 느낌으로 꾸며봤습니다. 제 노래를 음악 방송에서 보고 듣고 싶어 했던 여러분의 바람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김준수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채팅창에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앙코르를 직접 외칠 수 없자 팬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