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대 규모의 리조트 개발사업인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사실상 불허될 전망이다.
제주도 개발사업 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본 검증까지 이뤄졌지만 5조2000억원이란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 창출 방안이 부족한 데다 사업자 측의 자본조달 능력이 미비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3일 “제주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은 청정 제주와 조화되고 자본의 신뢰도, 사업 내용의 충실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기존 계획안대로라면 승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회견에서 “제주도는 오라단지 개발사업자 측에 새로운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사업자가 재수립하는 사업 계획이 기존 사업 안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면 남은 절차에서 승인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중국 화룽그룹의 자회사인 JCC㈜가 제주시 오라2동 357만5753만㎡(108만 2000평)에 2024년까지 3570실 규모의 숙박 시설과 쇼핑몰, 컨벤션 시설, 골프장 등 휴양문화시설을 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5조 2180억원으로 단일 사업으로는 제주 최대 투자 규모다.
1999년부터 여러 차례 사업 시행자가 바뀌며 지연돼 오다 2015년부터 현 사업자가 재추진하고 있다.
사업자는 2015년부터 경관, 도시계획, 교통, 도시건축, 환경영향 분야에 대한 심의·평가를 받아왔지만, 추진 과정에서 환경·경관 훼손과 자본 검증 등 각종 논란을 빚었다.
특히 2017년에는 제주도의회 요청에 따라 제주도가 자본검증위원회를 꾸려 투자 적격성과 자본조달 가능성을 검증했으나 2년간 6차에 걸쳐 이뤄지는 심의에서 최종 ‘미흡’ 판정이 나왔다.
이어 지난 7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는 5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되는 사업임에도 사업 수익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사업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내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사업 계획서를 전면 재수립할 것”을 사업자에 요청했다.
원희룡 지사는 “중국이 2016년 말부터 외화 보유고를 지키기 위해 본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를 매우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화룽 본사에 자금력이 있다고 해서 자회사인 JCC㈜가 국제 시장에서 자본 조달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5조원에 대한 이자와 인건비 등으로 한 해 수천억원이 소요될 텐데 카지노도 없는 사업에서 무엇으로 이윤을 남길 것인지 뾰족한 수익 계획이 없다”고 부연했다.
제주도가 사업자 측에 제시한 새 사업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년 2월이다.
도는 새로운 사업계획서가 제출되면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 내용의 충실성, 미래비전 가치 실현 적합성 등을 엄격히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기간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1999년부터 시작된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최종 ‘좌초’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원 지사의 이번 발표는 지난달 25일 송악산에서 진행한 ‘청정제주 송악선언’에 따른 세 번째 실천 조치로 이뤄졌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