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4대 그룹을 포함한 기업인들과 만나 “정부와 기업이 역할분담을 해 남북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 경협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 진전도 있고, 이런 과정에서 대북제재 유연성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생기면 남북경협의 문제는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의 이백훈 대표이사와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박영춘 SK 부사장, 이보성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장,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정창화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는 데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한 때라 뵙고자 했다”며 “정부는 남북경협 리스크 요인 극복 등의 경협 환경을 마련하고 북한 지역 개별 관광, 철도 및 도로 연결, 개성공단사업 재개 등 그동안의 과제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아주 작지만 호혜적인 경협사업들을 발굴하고 추진해 갈 생각”이라 설명했다.
이 장관은 “특히 올해 코로나, 제재, 자연재해 삼중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북한은 내년에 경제적 성과 창출에 훨씬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앞서서 북한을 남북 간 협력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작은 정세에서 큰 정세로의 변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서로 역할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코로나 환경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산업혁명 4.0 시대, 남북경협 2.0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업의 창의적이고 새로운 접근을 경청하고 싶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 경협 비전을 위한 기업과 정부 간 정례화된 만남 이런 것들도 제안하고 싶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경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인용 사장은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고,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한다 말씀하셨는데 저희도 경협의 시간을 함께 준비하는 그런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간담회와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들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의견수렴과 소통의 일환으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평양회담에 동행했던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