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회식 가다 실족사… 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2020-11-23 10:05

사업주와 회식을 마친 회사원이 2차 자리로 이동하다가 육교에서 떨어져 숨진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회사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에서 작업을 마친 뒤 사업주와 함께 오후 3시~4시45분 인근 식당에서 1차 회식을 했다. 이후 A씨는 2차 회식을 위해 이동하던 중 육교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그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9일 만에 뇌내출혈을 원인으로 하는 뇌부종 및 뇌간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회식은 친목행사였고 사망장소도 출퇴근 경로와 무관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출퇴근이란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을 말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A씨의 출퇴근 경로를 보면 작업을 마치고 사업주의 거주지로 이동해 아직 퇴근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고, 사고는 퇴근 전 발생했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업무상 행사가 아닌 단순 친목도모라는 근로복지공단 측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다닌 회사는 사업주와 A씨, 다른 사무직 직원 등 3명이 근무하는데 회식에 그 중 2명이 참석했다”며 “사무직 직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업무상 행사가 아닌 단순 친목도모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