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러 제재 강행에 대한 우려가 담긴 발언으로 읽힌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미국 국가지도자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 국민에게 신임을 받는 사람과 함께 일하겠다”며 “신임은 상대 후보에게 인정을 받거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 승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미·러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이미 망가졌고, 훼손될 게 없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미 정보 당국의 의혹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 뒤 자신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거나 인권 등 국내 문제에 간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간 미 의회가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우크라이나·시리아 사태 개입 등에 대한 대응으로 일련의 대러 제재를 추진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로 지연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운동 기간 CBS 인터뷰에서 “안보와 동맹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미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라고도 밝힌 바 있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과반인 270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의 개표 인증 연기를 요구하며 ‘막판 뒤집기’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시간·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낸 소송이 모두 기각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