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울렸던 우토로 강제징용 증인 강경남 할머니 별세

입력 2020-11-23 09:09 수정 2020-11-23 10:39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강제징용의 산증인’으로 일본 우토로 마을을 지켜온 재일동포 강경남 할머니가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3일 NGO 지구촌동포연대에 따르면 강 할머니는 지난 21일 오후 사망해 이날 독경을 하는 ‘경야’, 24일 발인인 ‘고별식’을 하는 장례 절차를 밟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가족장으로 치른다.

경남 사천 태생인 강 할머니는 8세 때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강제징용됐다. 18살에 결혼해 해방을 한해 앞둔 1944년 일본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에 이주했다. 이 마을 1세대 중 최근까지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우토로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1300여명이 군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생긴 마을이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동포들은 막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고 비만 오면 침수가 되는 매우 뒤떨어진 마을이었지만, 동포들은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려 노력했다.

일본 정부는 우토로 마을의 동포들을 핍박했고, 1987년에는 몰래 매각을 추진해 동포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한국인과 재일동포 등이 성금을 모아 우토로 마을에 전달했고, 이 성금으로 땅을 구입해 150여명의 주민이 이주했다.

강 할머니는 2015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MBC)의 ‘배달의 무도’ 편에 출연해 재일동포 차별의 아픔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우토로 마을을 찾았던 유재석과 하하는 강 할머니를 마주하고 “너무 늦게 와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