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싱크탱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과의 긴장 속에 협력 분야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 대선 이후 한국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정책 방향과 한국 경제전망’을 주제로 미국 대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과 빅터 차 한국 석좌, 매슈 굿맨 경제부문 수석부회장 3인의 전문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제46대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의 지정학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의 과제에 대해 국제적 관점에서 경제·정책적 시사점을 얻기 위해 추진됐다.
우선 존 햄리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작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승한 아시아 우선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한·미동맹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는 중국과의 협력 분야를 찾는 ‘건설적 논의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석좌 역시 미국의 대중 정책은 협력과 경쟁의 관계를 동시에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후변화 관련 이슈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백신 등 전 세계적 어젠다에 협력하되 공급망 다변화와 5G 네트워크 안보, 인권 이슈 등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한·미동맹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햄리 소장은 “한·미 기업 모두에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거대한 소비시장인 점에서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중국을 계속 포용하되 한·미동맹을 안보의 밑받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차 석좌도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취해야 하는 절충의 문제가 아니다”며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한 트럼프식의 ‘깜짝 정상회담’ 혹은 관대한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신 한·일 동맹국과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햄리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대함에 비해 북한은 너무 적은 보답을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향해 ‘구체적인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 석좌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군사력 같은 동맹의 자산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 주도의 진정한 협상을 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즉시 다자주의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햄리 소장은 “바이든은 파트너와 동맹국을 환영할 것이며 다자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것”이라며 “그가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할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에도 다시 가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굿맨 수석부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조기 가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미국도 동참할 것을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아태경제협력체(APEC) 같은 기관을 통해 한국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하는 리더십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굿맨 수석부회장은 또 한국경제가 심각한 인구 감소와 구조적 경직성으로 장기적인 성장 난제에 직면했다고도 경고했다.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인구 약 5000만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대체수준인 2.1명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굿맨 수석부회장은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 격차(32.5%), 불충분한 사회안전망, 자기자본 조달보다 부채금융에 혜택을 주는 세제 등은 혁신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장기적 성장에 있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