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전자 살 때 개미는 ‘곱버스’ 탔다

입력 2020-11-22 17:45 수정 2020-11-22 19:36

코스피지수가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개미(개인 투자자)’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상반된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6조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4조원 가량 팔아치웠다. 순매수 1위 종목도 외국인은 삼성전자이지만, 개인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 양측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5조8914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로는 월별 기준으로 2013년 9월(7조6362억원) 이후 7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최근 15거래일 가운데 1거래일(11월4일)을 제외하고 순매수하는 등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이 2조453억원에 달한다. 순매수 2위인 LG화학(9801억원)과 1조원 이상 많다. 3위는 SK하이닉스(8904억원)로 역시 반도체 종목이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업종은 반도체와 2차 전지, 스마트폰 밸류 체인(가치사슬)”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신흥국 자금 유입에 따른 대량 매수 등 호재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4조6566억원 팔아치웠다. 이러한 기조가 계속되면 개인은 월별 기준으로 올 들어 처음 순매도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1월1일)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은 46조6234억원에 달한다. 개인은 외국인과 다르게 이달 삼성전자를 2조526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아울러 코스피에서 ‘KODEX 200선물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순매수액 5847억원).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 지수를 2배로 역추종하는 대표적인 인버스 ETF다. 보통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종목이다.

코스피가 2500선을 돌파하고, 역대 최고치(종가 기준 2018년 1월29일 2598.19)에 근접하면서 최근 인버스 ETF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저가 매수하려는 개인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또 코스피지수가 이달에만 12% 가량 증가한 만큼, 최근 시장이 다소 과열됐다고 보는 시각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코스피 상승이 둔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음주 증시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수출 지표가 회복되고, 코로나19 백신 임상 관련 긍정적 결과가 나오고 있어 조정 폭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