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22일 대법원이 미성년자와 성관계 도중 그만하라는 요구에도 멈추지 않은 가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데 대해 “다행”이라며 “청소년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이고 성적 자기결정권은 그 인격체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법원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을 갖췄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은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을 미숙한 존재인 양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장 대변인은 “성관계 도중 그만하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음에도 그 인격체의 권리를 짓밟은 가해자의 행위 자체를 범죄로 단죄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과 설명으로 비동의 간강죄 도입이 필요한 사법적, 사회적 이유를 확인했다”며 “정의당은 모든 여성이 온격한 인격체로 존재하기 위한 본질적인 요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뒷받침할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당시 만 15세인 B양과 성관계를 하고, B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같은 해 10~12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신체 노출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C양을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고등군사법원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B양이 미숙하지만 자발적인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대였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 C양의 신체 노출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간음을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협박 후 두 사람이 만날 때까지 약 두 달간의 간격이 있고, 이 기간 구체적인 범행 계획이 드러나지 않아 ‘협박’과 ‘간음’간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다.
반면 대법원은 B양의 명시적 반대 의사가 없다고 해도 성적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동·청소년이 성관계에 동의한 것처럼 보여도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을 갖췄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가 타인 명의로 페이스북 계정 3개를 만들고 C양을 속여 신체 노출 사진을 전송받는 등 치밀히 범행을 계획했다며, A씨의 협박은 간음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