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연희동 모 아파트에서 지난달 발생한 관리소장 살인사건의 전말이 21일 드러났다.
이날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는 지난달 28일 연희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이 아파트에서 6년간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50대 여성 A씨는 당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태로 관리사무소에서 발견됐다. A씨는 다른 경비원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범행을 저지른 건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60대 남성 B씨였다. B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사건 당일 오후 11시30분쯤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횡령 때문에 평소 다툼이 잦았다”며 범행까지 저지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B씨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외려 B씨가 A씨를 상대로 갑질을 한 사실이 방송에서 드러났다. B씨는 지난해 1월부터 아무런 근거 없이 A씨의 횡령을 의심하더니 복수 인감으로 관리해야 할 아파트 관리비 통장 전부를 A씨 모르게 단독 인감으로 바꿔버렸다.
또, ‘소장을 못 믿겠다’ ‘인감을 잃어버렸다’ 등의 이유로 20일간 무려 9개의 통장을 재개설했다. 다리를 다친 A씨를 억지로 은행에 데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탈모 증세가 생겼고 혈압약도 복용해야 했다. A씨는 결국 자진해서 외부 기관에 회계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 결과 A씨의 횡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그러나 이를 믿지 못했고 끝내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주민들은 A씨가 매우 성실한 관리소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입주민은 “여자지만 남자가 할 일도 다 했다”며 “아파트 깨끗하게 해놓은 거 봤느냐. 얼마나 잘해놨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사람은 겪어보면 안다”면서 “절대 관리비를 횡령할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A씨의 언니는 동생이 평소 점심시간마다 휴식하던 공간의 사진을 보여줬다. 계단 아래,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콘크리트 공간 사진이었다. A씨는 근무시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에만 이 비좁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도 “소장이 직접 감사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B씨는 아직도 본인이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한다”면서 “사람을 하나 (입주자 대표로) 잘못 세워서 억울한 사람이 잘못된 것이다. B씨는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씨의 계획적인 범행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피의자의 모든 지배적인 사고방식은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라며 “직책을 갖게 되면서 마치 그건이 어떤 큰 권한인 것처럼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버리는 상승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다 통제하고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극단적 사고가 (살인으로) 점화됐다고 볼수 있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